승무 僧舞 / 조지훈

추교서 2021. 12. 20. 10:45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초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