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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

2024.02.20

조의제문

弔義帝文 丁丑十月日 정축 10월 어떤 날 余自密城道京山 내가 밀성(밀양)에서 경산(성주)으로 가는 길에 宿踏溪驛 답계역(성주군 학산리)에서 숙박하는데 夢有神披七章之服 꿈에 신(神)이 칠장의 의복을 입고 頎然而來 훤칠한 모습으로 와서 自言 스스로 말하기를 楚懷王孫心 "나는 초나라 회왕의 손자인 심(心)인데 爲西楚霸王所弑 서초패왕에게 살해되어 沈之郴江 침강(郴江)에 잠겼다." 因忽不見 그리고는 문득 사라졌다. 余覺之 내가 꿈에서 깨어 愕然曰 놀라며 이르기를 懷王南楚之人也 “회왕은 남초 사람이요, 余則東夷之人也 나는 동이 사람으로 地之相距 지역의 서로 떨어진 거리가 不啻萬有餘里 만여 리가 될 뿐이 아니며 而世之先後 세대의 선후도 亦千有餘載 또한 천 년이 넘는데 來感于夢寐 꿈속에 와서 감응하니 玆何祥也 이것이 ..

2023.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