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한철걱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있다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 가야 할 때,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맺는가을을 향하여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나의 사랑, 나의 결별샘터에 물 고인듯 성숙하는나의 영혼의 슬픈 눈 詩 12:15:17
낙화 /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바람을 탓하랴주렴 밖에 성긴 별이하나 둘 스러지고귀촉도 울음 뒤에머언 산이 다가서다.촛불을 꺼야 하리꽃이 지는데꽃 지는 그림자뜰에 어리어하이얀 미닫이가우련 붉어라.묻혀서 사는 이의고운 마음을아는 이 있을까저어하노니꽃이 지는 아침은울고 싶어라. 詩 12:09:57
꼬리를 흔들며 / 문정희 비밀이지만 나의 엉덩이에 꼬리가 하나 생겼네이렇게 고백하면 사람들은당신도 이젠 기교가 제법 늘었다고말하겠지만엉덩이를 직접 보여드릴 수도 없고안 보이는 것은 그냥 믿어주는 게 상책이지결국 날개는 안 생기고 꼬리가 생겼네나는 이 꼬리가 싫지 않네은근히 한 번씩 건드려 보기도 하지날개는 위험하지만꼬리는 잘 흔들면 출세도 한다지 않는가꼬리라는 말이 우선 맘에 드네꼬리 꼬리 하고 입술을 자꾸 오무렸다 펴면매우 인간적인 재미에다꼴찌나 밑바닥이 주는 안도감마저 있어본질에 닿은 듯패잔병의 흉터 같은아니 귀여운 여우 같은 꼬리사랑하는 이 앞에서 슬쩍 흔들면이 꼬리 이 꼬리 붙잡으며 제발 떠나지 마라애원해줄까오, 비너스에게도 없는 꼬리나에게 생겼네이제 이 꼬리 흔들어 당신을 잡아볼까 詩 12: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