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도 아니고
일가 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어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 최후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노령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한 마디 말겨 두는 말도 없었고
아무을 만의 파선도
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
피지 못한 꿈의 꽃봉오리가 갈앉고
얼음장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 갈 뿐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정지를 가리켰다
때 늦은 의원이 아모 말없이 돌아간 뒤
이웃 늙은이 손으로
눈빛 미명은 고요히
낯을 덮었다
우리는 머리맡에 엎디어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고
어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 최후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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